가방과 보자기

‘가방과 보자기’

가방은 일정 용량 이상 담을 수 없으며, 또 적정량 이하를 담게 되면 빈 공간 때문에 쭈그러지거나 운반에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또 쓰지 않을 때도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고집을 부려 때로 걸리적거리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보자기는 물량의 많고 적음에 별로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적절하게 변형시키는 변신의 귀재입니다. 그러면서도 쓰고 난 뒤 접어버리면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 모습은 얼마나 겸손한지 모릅니다.
거기에 더해, 보자기는 그것을 꼬아서 머리 위에 올리면 똬리가 되고 이마에 두르면 수건이 되고, 목에 두르면 목도리가 됩니다. 허리에 두르면 허리띠 대신 사용할 수 있고 앞치마도 됩니다. 등에 둘러 아기를 업는 포대기 대용으로 쓸 수도 있으며 잘 접어 손에 들고 다니면 손수건, 떠나가는 님을 향해 흔들면 정(情)이 되어 마음을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쓸모가 많으면서도 쓰이고 나면 접혀서 한쪽 구석에 거의 보이지 않게 조용히 머무는 보자기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성인군자에 가깝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거의 보이지도 않게 개켜져 구석진 곳에 다소곳이 숨어버리는 보자기처럼, 뜻을 이루기 위해 다목적, 다용도에 사용되고서도 결코 자랑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종’의 모습을 우리 역시 간직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하겠습니다.(크크)(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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